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영어를 공부하긴 했어도 실제 호주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당연히 아직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서브웨이에 갔는데 직원이 샌드위치 토핑에 관해 뭔가를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말이 너무 빨라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What?
저한테는 그냥 "뭐라고요?"라는 의미였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못 들었으니 What?이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제가 그렇게 말하자 직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면서 표정이 굳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그 순간에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What?이 틀린 영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됐는데 What?이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투로 사용하느냐였습니다.
What?은 틀린 영어가 아니지만 무례한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What?은 실제 영어회화에서도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친한 친구끼리 상대방의 말을 못 들었을 때 What?이라고 되묻는다고 해서 무조건 무례한 것은 아닙니다.
또 상대방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을 때는 What?! Really?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나 손님, 직원에게 짧게 What? 한마디만 툭 던지면 상황과 억양에 따라 퉁명스럽거나 조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로 생각해봐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못 들었을 때 "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하는 것과 "뭐?"라고 짧게 되묻는 것은 전달하려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상대방이 받는 느낌은 다릅니다.
물론 영어의 What?을 한국어 반말인 "뭐?"와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What?도 친한 사이에서는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고, 억양에 따라서도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호주에서 겪었던 상황에서는 처음 보는 직원에게 짧게 What?이라고 되물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조금 퉁명스럽게 들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후 호주에서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어떻게 되묻는지 조금씩 유심히 듣게 됐습니다.
자연스러운 Sorry? 와 카페에서 배운 영어
그때 정말 자주 들었던 표현 중 하나가 바로 Sorry?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조금 이상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배웠던 sorry의 가장 익숙한 뜻은 "미안하다"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말을 못 들었는데 내가 왜 미안하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계속 듣다 보니 Sorry?가 반드시 잘못한 일을 사과할 때만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때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의미로 Sorry?라고 되물을 수도 있었습니다.
What?보다 부드럽게 되묻고 싶을 때
그래서 저도 호주 생활에 익숙해진 뒤에는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무조건 What?부터 말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Sorry?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Sorry?는 무조건 공손하고 What?은 무조건 무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억양과 표정,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다만 제가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기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때 What? 한마디보다는 Sorry?가 훨씬 부드럽게 사용하기 좋은 표현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배운 표현
이 차이를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호주에서 카페 일을 하면서였습니다.
직접 손님을 상대해보니 영어를 못 알아듣는 상황이 생각보다 정말 자주 생겼습니다. 당시에는 호주 영어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았던 데다가 사람마다 억양도 달랐고, 카페 안이 시끄러우면 손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럴 때마다 짧게 Sorry?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일하던 곳의 매니저가 손님의 말을 못 들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을 듣게 됐습니다.
Sorry, I didn't quite catch that.
저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아예 통째로 외워버렸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직역해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죄송하지만 제가 잘 못 들었습니다" 정도의 느낌으로 익혔습니다.
실제로 제가 손님들에게 사용해보니 짧게 What?이라고 되묻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는 다음과 같은 표현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Sorry, I didn't quite catch that.
Sorry, could you say that again, please?
Could you repeat that, please?
Sorry, what was that?
특히 마지막 표현을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Sorry, what was that?에는 분명 what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결국 what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례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What?이라고 한마디만 짧게 던지는 것과 Sorry, what was that?이라고 부드럽게 되묻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호주에 갔을 때 했던 실수 역시 Wha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보다는 상황에 맞는 표현과 말투를 제대로 몰랐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What?과 Sorry?의 차이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 저는 단어의 뜻을 외우는 데 익숙했습니다.
what = 무엇
sorry =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외웠습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직접 생활해보니 단어의 뜻만 알고 있는 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Sorry?처럼 제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웠던 뜻만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도 있었고,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은 말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What?과 Sorry?의 차이는 영어책을 보고 외운 내용이라기보다 호주에서 실제로 실수하고 생활하면서 배운 영어에 가깝습니다.
서브웨이에서는 직원의 표정을 보고도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카페에서 직접 손님을 상대하면서 Sorry?나 Sorry, I didn't quite catch that. 같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What?은 틀린 영어가 아닙니다. 친한 사람끼리는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고 놀랐을 때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다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짧게 What?이라고 되묻는다면 억양과 상황에 따라 퉁명스럽거나 조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못했을 때 Sorry?라고 하면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뜻으로 보다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정중하게 말하고 싶다면 Sorry, I didn't quite catch that.이나 Sorry, could you say that again, please? 같은 표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호주에 처음 갔을 때는 What은 "무엇", Sorry는 "미안하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생활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영어는 단어의 뜻만 맞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뜻을 전달하더라도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표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이런 차이를 알고 있었다면 서브웨이에서 직원의 표정을 보며 "내가 뭐 잘못 말했나?" 하고 당황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어회화를 공부한다면 What?은 무례하고 Sorry?는 공손하다고 단순하게 외우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말하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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